E 2015. 1. 9. 06:04

오늘까지 한 여행 준비는 무엇인가. (1)

여행이 결정나고 저번 여행에서 하지 못했던 것에 안타까워 이를 갈았던 과거가 생각나 이번엔 그러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무엇일까.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며칠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짜기로 했다.


나는 일단 도쿄 (東京都)를 다녀와야 했고, 같이 가기로 한 친구는 여행지로 칸사이 (関西) 쪽을 추천했다. 그래서 결국 칸사이+도쿄가 된 것이다. 이게 정해진 것은 9월 11일. 그때는 어렴풋이 칸사이와 도쿄는 가야겠다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즐겁게 카우치서핑을 논하며 호텔비 걱정은 크게 하지도 않았다. 아니 그냥 여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그 친구가 카이유칸 (海遊館)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고, (일종의 동물덕) 그래서 일단 오사카 (大阪市)는 갈 수밖에 없었다. 나도 펭귄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고 싶었다. 약 한달 뒤 우리가 결정한 건 PUS↔KIX밖에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친구 두 명이 일본 여행을 간다고. 아예 같은 코스는 아니었고 얘네는 후쿠오카 (福岡)-오사카 여행편이었다. 거기에다 일정도 달랐다. 대충 1월 11일부터 21일까지 10일 정도를 예상했고 저쪽은 2월 1일부터 8일까지였다. 저쪽 여행자 한 분께서 일이 있어서 1월 18일 이후만 가능하대서 내 멋대로 "너네는 19일 스타트하고 우리가 16일 출발하면 분명 딱 맞게 만날 거야."라고 했고 그렇게 표도 추천해줬다. 그렇게 개략적인 일정은 확정!


그다음은 숙박이었다. 난 당연히 여행에 관심이 없었고 자진해서 계획한 자유여행은 처음이었다. 호텔 그런 건 몰랐고 친구가 말해준 카우치서핑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입하려니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많이!! 어이가 없었다. 니네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 정도는 보여줘야하지 않나. 동시에 이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솟아올랐다. 인증은 어떻게 하는 걸까. 편하긴 할까. 그리고 포기했다. 두 달 뒤 계정 삭제를 위해 방문했더니 돈 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 아무튼 호텔을 추천받으려 저쪽에 물어보니 토요코인이 좋다고 해서 갈 곳의 모든 호텔을 거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10월 16일, 우리는 오사카부 (大阪府)라고 적어놨던 구상을 교토시 (京都市)로 확정하고서 둘째 날과 셋째 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오사카-도쿄 왕복편은 친구말에 따라 버스 혹은 기차를 타려했다가 운좋게 피치는 어떨까 싶어서 검색해 봤더니 싸서 그걸로 결정. JR은 왕복 25만원 선이었고 피치는 10만원에 떡칠 수 있었다.


둘째 날 계획의 초안은 텐노지 (天王寺) 쪽을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온천(?)이 있었다. 셋째 날은 카이유칸 쪽. 원래 리버티 오사카 (リバティおおさか)를 넣고 싶었지만 거리도 적절치 못해 뭔가 꺼려졌다. 그리고 확인해보니 결정적으로 그날 열질 않아서 포기했다. 그 시간에 대신 애플스토어를 넣었다. 애플스토어가 마침 교토 방향이어서 교토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 또한 운명이다. 온천이 빠지고 친구 추천으로 오사카 시립대학 (大阪市立大学) 구경을 하기로 했다. 아주 적절했다.


교토를 왕복하는 건 하루카 (JRはるか)를 택했다. 그러기 위해선 텐노지역에서 타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는데 마침 우리 계획엔 텐노지역 쪽을 가기 때문에 '둘째 날과 셋째 날 계획을 맞바꿔 셋째 날 오사카를 돌파한다!!' 라는 장엄함을 담게 되었다. 원래 한큐 이런 거 타면 훨씬 싼데 그건 너무 위에 있고 ICOCA 연계 패스를 사용하면 많이 차이나는 건 아니라 그렇게 정했다.


친구가 불현듯 무언가 발견했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교토에서 자전거로 움직이는 것. 교통 인프라가 열악함을 인정해버린 교토시와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일주가 겹쳐져 모든 게 이해가기 시작했다.


교토 일정을 짜는 건 오사카보다 더 힘들었다. 오사카의 경우 권역별로 나눠서 두 번 가면 되는 것이었으나 교토는 빌어먹을 명승지의 위치가 산발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대체 어떤 방식으로 돌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나는 일단 각종 관광 사이트 언어를 마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모두 지도 위에 찍었다. 그리고 괜찮은 곳을 2차적으로 간략하게 추렸다. 그리곤 친구한테 줬다. 추려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살짝 다툼도 있었던 것 같다.


문제를 푸는 열쇠는 심야 탈출이었다. 위에 썼지만 사실 시간적으로 저기 쓴 건 옳지 않다. 심야 탈출을 감행하니 모든 게 착착 해결되었다. 하루카 시간표와 지하철 시간표까지 검토해 타임어택이 가능한지 살폈다. 결과는 뭐, ㅋ 여유로웠다. 이나리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 수정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교토를 하루 늘려 토지와 니시혼간지까지 여유롭게 보고 도쿄를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교토에서의 숙박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 토요코인에만 의지하던 나를 개변시켰다. (...) 교토에 있는 토요코인 (東横イン)이 너무 비쌌기에 다른 호텔을 찾아나선 것이다. 항공권을 찾아다닐 때 쓰던 투어미를 이용했던데 나보다 친구가 더 능숙하게 찾았다. 캡슐호텔이란 존재를 보고선 충공깽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오사카에서 무슨 패스를 써야하는지 고민 속에서 헤엄치기도 했다. 계산 결과 주유패스 3일보다 주유패스 2일에 카이유킷뿌 난카이판 (海遊きっぷ南海版)을 사는 게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심야 탈출을 계획하니 교토 첫째 날과 둘째 날 구상이 잡혔다. 내 계획을 제안했고 그걸로 하기로 결정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마츠리가 있나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ㅠ 시모가모신사 등 먼 곳은 양보해서 빼버렸다. 대신 그 근처는 관철시켰다. 자전거라는 훌륭한 이동수단 때문에 단위 시간당 제대로 볼 수 있는 관광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도쿄 가는 편은 해피피치 플러스로 해둔 것을 득봤다. 시간 변경을 했는데 수수료 없이 가능했다. 도쿄의 관광지는 더 찾기 어려웠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착각이지만, 당시에는 미술관만 보여서 미술관 투어해야 하나 생각만 들더라. 도쿄 짜면서 생활 패턴이 늘어졌다. 공부도 하지 않고 짜지도 않았다. 그동안 내가 뭘 한지 모르겠다.


두서 없지만 그냥 글을 끝낸다.


2015/01/11 - 오늘까지 한 여행 준비는 무엇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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