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2013. 2. 9. 05:40

학예회 (2)


9일 동안의 편집. 아, 정말 힘들었다. 각본이 정말 책임감이란 걸 다 놓은 각본이긴 한데, 감독 녀석도 꽤 많은 짐을 지고 있었으니. 그래도 이 결말은 너무하지 않냐해! 분명 몇 년 뒤 상상한다면 '그때 좀 더 열심히 만들고 학원 같은 걸 무시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 꼭 할 거다. 바보들. 대다수가 다들 할 것에 혈안이 되어서 '못 와', '그날은 안 돼'.. 그렇게 방학 중 영화 찍은 날이 겨우 2회밖에 없었다. 그중 하루는 내가 자느라 늦게 왔지만 (...)


좀 이야기를 풀어보자.


학예회에 대한 기본적인 요강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었다. 11월쯤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거 보고 미리미리 준비할 반이 아니었다. 그건 당연하다. 헛헛. 학급 회의를 열어 대충 의견을 받았고, 최종안으로 워킹데드 오마주가 확정되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 일리가 없잖아... (눈물) 역시 공부할 사람들은 공부하고 당시 노는 시간이 크리스티나 애호가와 나에 근접했던 '감독'이 대충 각본을 짰다. 머리가 좋은 편인 녀석이라 꽤 양질의 각본을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 해보고 영상 이어붙여 보면 엄청나게 망작이 되었겠지만.

그렇게 잘 되어가는 듯 했다. 물론 착각이란 걸 안 건 더 나중이었다. 두세 번째 회의에서 이건 도저히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로 워킹데드를 맞춰봤더니 연기력이 너무 부족하고 이걸 무대 위에서 연극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여기서 붕모 씨와 나는 차라리 영화로 만들자고 했다. 이때 도쿠와 감독의 의심 많은 눈초리는 ㅋㅋㅋ 믿을 수 없다는 그것이었다. 중재하던 YOUNG도 마찬가지였다. 말소리가 높아지고 해결될 것 같지 않자 나는 그냥 밀어붙였다. 그냥 만들자. 맡기라고. 붕모 씨도 거들었다. 이때 나는 실수를 한 것이다. 분명 이때 붕모 씨는 stop motion 기반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눈물) 이거 나 혼자 한단 말과 다름 없던 것이다.

분명 그때만 해도 워킹데드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상이나 여러모로 생각해보니 불가능해 보였다. 바꾸기로 했다. 막 바꿔도 되냐고? 글쎄. 나는 내가 영상 편집이 된다는 걸 이때까지 실력 하나도 보지 않고 믿은 친구들에 경의를 표한다. 아니, 공부하느라 관심이 없었을까나. 하하.

그래서 무슨 주제를 할까 생각해봤다. 감독이 .. 어라? 그러고 보니 감독은 정해져 있던 건가? 흠흠.. 어쨌든 감독이 <N의 등대>라는 웹툰을 보여준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머리싸움을 해야겠구나 싶더라고. 그날 새벽에 감독이랑 간단한 구상을 했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써나갔다.

계속 썼다. 쓰면서 즐거웠다. 정말 잘 만든 것이다. 요구한 대로 감독이 잘 써왔다. 주연들의 실제 특성에 맞춰서 썼으니 노력이 정말 가상하다. 초기 구상은 B 모 씨가 내주는 네 문제를 풀어 나온 숫자가 비밀번호가 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네 번째 문제는 생략했고 처음 구상한 엔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각본이 완성되는 일은 없었다. 찍으면서 각본을 썼고 편집하면서 연출했고 카메라 위치도 지정했다. 이게 상영 전날에도 계속되었다. 따라서 그 영상을 편집하느라 상영 날 새벽부터 편집하느라 밤을 새웠고 상영시간에 맞추지 못해 점심도 걸러가며 편집해서 2부 시작 때 겨우 상영할 수 있었다.


엔딩의 불완전함과 옥상씬의 발퀄 그리고 음성 씹힘이 없지 않은, 영화라고 부르기에 모호한 작품을 다들 재밌게 봐줬고 과장없이 분명 최고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상영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에 감점되어 수상하지 못했다. ;; 상영시간이란 두 가지를 말한다. 상영해야 할 시간에 못한 것과 영화의 상영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몇몇 연출은 정말 만족스럽기도 하다. 내가 늦게 온 날 했던 촬영도 크게 못 써먹을 만한 것도 아니었고. 카메라 손 떨림과 사운드는 많이 아쉽지만 찍을 때는 다들 열심히 해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깐. 정말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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