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2014. 6. 22. 08:50

<안-고>를 보고.

본편 방영 중 극장판으로 Episode 0 : 인과론이 나왔고, 나는 극장판을 보고서 본편을 봤지만 실로 추천되지 않는다. 4화까지 보고 극장판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극장판을 먼저 볼 경우 심각한 정신착란 증세를 경험할 수 있으니 자제하자. 뭐 고어하거나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것도 없다고 하긴 그런가..? 뭔 내용인지 감을 잡지 못하다 내용이 풀리기 전 꺼버릴 수도 (...)

흔히 일본 애니를 보면서 극우 논란이 인다. 마치 지뢰처럼 여기저기 박혀있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은 간단하게 말하면 좌파적 성향이 만연하다. 반전주의를 좌파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단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이건 5화에서 폭발한다.



"처음부터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생각했지?"

"그래. 난 애초에 그 사람만이 범인이라고 단정지었지. 하지만 그 사람에게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어."


여기에서 '그 사람'은 언뜻 보면 공리주의에 발을 집어넣은 듯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얕은 군국주의와 그것을 영웅시하는 사상은 결국 더러운 표상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 사람이 주장하는 건 완전히 밀의 생각과 똑같은 듯. ㅋㅋ

이처럼 작가는 일본 극우주의 사상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받아치는 방법으로 비판한다. 다만 남을 위해 끝까지 엑셀을 멈추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회의일 것이다.

계속 국가주의적인 발언이 나오고 무슨 플래그라도 선 양 이런 말을 한 인물은 죽는다. 이런 발언이 성행할 수 있는 것도 사회가 완전 개차반이라 그런 것.

인과의 능력은 남에게 한 번의 거절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인데 이거 때문에 정통 추리물과 거리가 약간 벌어진다. 다만 시청자가 발견할 수 없는 증거를 탐정이 찾아오는 것이나 인과가 질문하는 거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함. 이런 새로운 형식이 오히려 환영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상당히 무거운 내용이기 때문에 배경 지식에 따라 편차가 크게 갈린다. 물론 그거 집중하느라 추리물 본연의 느낌은 어느 정도 날리긴 했다만.

하지만 딱히 오덕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Captured from UN-GO, © UN-GO.


약 0.5초간 미쿠가 등장 (...) 노이타미나는 이런 이스터에그가 참 재밌다. 참고로 1화에서의 신쥬로 대사는 수미상관(!)처럼 11화에서 반복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자모리와 인과는 상당히 모에하다!

7화부턴 너무 감명 깊게 봐서 말을 아끼겠다. 이 작품은 작가랑 감독이 작정하고 그쪽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신쥬로와 사장의 말에 시대적인(혹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연결하면 확실한 메시지가 보인다. 나는 끝에 린로쿠를 어떤 식으로 보낼까 상당히 궁금했는데 결말은 확실히 린로쿠를 나쁘게 보지만은 않는다. 이건 극장판의 마지막 신과 연결해 보아야 한다.[각주:1] 요새 흥하는 '그놈도 역시 나쁜 놈이 아니었어.' 테크트리라기보단 대립관계이면서 궁극적으로 같은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라 독특하다. (그 이상을 위해 행동하는 방식이 반대.)

이런 좋은 작품이 BD/DVD 판매량에서 처참히 발리며 2,000장에 겨우 근접했다. 재탕할수록 많은 것이 보이는 작품이다. 매우 매력적.


2011년 작, 노이타미나, 본즈 제작.


Keyword : 언고, 안-고, 안고, 언-고, アンゴ


  1. 벳텐노가 무엇에 비유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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