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2015. 1. 21. 01:35

일본 여행 0115 (16) : 05일 - 자전거 여행

※ 2015년 1월 일본 여행에 관한 글들은 여기에 모여 목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호텔 MyStays 교토 시죠 (ホテルマイステイズ 京都四条) → 키요미즈데라 (清水寺) → CO-OP INN Kyoto (KCTP) → 벤케이 돌 (弁慶石) → 니죠성 (二条城) → 교토고쇼 (京都御所) → 도시샤대학 (同志社大学) → 은각사 (銀閣寺) → 교토대학 (京都大学) → 헤이안 신궁 (平安神宮) → 혼노지 (本能寺)


지나가다 본 히마와리 유치원.. 이지만 유루유리의 히마와리랑 명탐정 코난 극장판 19기 업화의 해바라기 (名探偵コナン 19期 業火の向日葵)가 생각난다.


고쇼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자전거로 가면 더욱 가까웠다. 고쇼 입구가 어딘지 알아뒀었는데, 그 입구는 교토교엔 (京都御苑)이었다. 덕분에 교엔 안에 빨리 들어가긴 했지만 그 안에서 고쇼가 어딘지를 알 수가 없었다. 너무 급한 탓에 공원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왔는데 빌어먹을 돌이 깔려 있어서 자전거 속도가 너무 느렸다. 더군다나 대체 고쇼 입구는 어디고 교엔은 왜 이리 넓은 거냐!!


난 급해죽겠는데 뒤따라오는 친구는 유유자적 이런 사진 찍고 있더라. ㅋㅋㅋㅋㅋㅋ


돌이 깔려 자전거가 안 나간다.


10시 36분, 비둘기한테 모이주던 할아버지한테 물어봐 대충의 방향을 알아냈다. 자전거 버리고 뛰고 싶었는데 그럼 혹여 나만 입장 가능할 수도 있고 왜인지 모르게 자전거가 달리기보다 미묘하게 빠를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 다시 한 사람에게 더 물어 죽을둥살둥 밟아댄 결과 딱 10시 40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헉거리며 입장 허락 떨어진 pdf를 보여줬다. 들어가라고 하던데 뒷말은 못 들었다. 주변에 주륜장을 미리 검색해놨기에 이제 거기에 자전거만 대고 오면 된다.


그렇게 자전거 타고 나가려 하니 안에 대도 된다고 하시더라. 못 들은 말이 고거였군. 덕분에 시간도 아끼고 주륜장비도 아꼈다. 들어가서 딱 봐도 여긴 접수하는 곳입니다 느낌 나는 곳에 다시 pdf 보여주면 팸플릿 주면서 대기실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한다. 우리는 관광지마다 팸플릿을 꼭 챙겨오고 있기에 한국어 팸플릿도 달라고 했다.[각주:1] 그 순간까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는 걸로 봐선 궁내청이라고 엄격하다고 생각한 건 편견이었 (...) 융통성이 있었다.


궁내청에서 제시하는 관광 코스는 35분과 60분이 있고 60분은 영어와 일본어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저 시간 중 고르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 우리는 35분짜리 코스를 예약했었다. 근데 대기실 안에서 35분은 누굴 따라가고 60분은 누굴 따라가라 말하던데 생각보다 관리를 대충하는 게 아닌지. (...) ㅋㅋㅋ


단촐한 7인 파티. 왼쪽은 가이드.


멍하니 앉아있다가 어떤 줄 따라가려 했는데 그쪽에서 어떤 분이 '60분은 여기로 오세요'라고 해서 아까 전에 나간 분들이 35분 코스였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뛰었다. 결론부터, 아주 쾌적했다. 가이드까지 포함해 7명이 35분 코스여 시끄럽지도 않고 딱 좋았다. 근데 우리 제외 관광객 네 분은 좀 특이한 사람들이었다.



바로 이들은... 듣도 보도 못한, 그래, 진중권 교수가 사용했던 아름다운 단어. 듣보잡! 듣보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려 건물과 건축 양식 덕후. 살면서 처음 봤다. 이들 앞에서 일상이 마이너하다고 하면 뺨을 맞을 것 같았다.



나야 일본 역사를 거의 모르므로 가이드가 설명하는 걸 듣고 한 귀로 흘린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영혼없는 감탄사만 외쳤다. 그도 그럴 것이 배경지식을 모른다니까. 나무 행차 같은 건 좀 놀라긴 했지만. 그리고 친구한테 통역해주느라 놓친 말도 많았고. 근데 건축 양식에 대한 설명을 할 때마다 네 명에서 "에에에에~~?!"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그걸 본 내 생각은 놀라우면서도 일본에서 저 감탄사를 정말 쓰는구나 이 정도. ㅋㅋㅋㅋㅋ


여기 근처가 신라의 포석정 비슷한 곳이라고 하더라.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지 가이드분께서 "괜찮으시다면 조금 더 볼까요?"라고 하시더니 이 코스로는 올 수 없는 곳에 갔다. 거기서 또 건축 양식을 설명해서 근대 건축 양식 덕후들이 환호가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나 탄성을 내질렀는지 7인 파티엔 행복감이 넘치도록 맴돌았다.


그렇게 다 보니 45분 정도 걸렸다. 가이드는 텅 빈 중간에 데려다주고는 '아무 때나 마음대로 나가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여긴 볼 게 없지만요. ㅋㅋ'라고. 정말 볼 게 없어서 빨리 나가졌다. ㅋㅋㅋ



우린 금방 도시샤대학 (同志社大学)에 도착했다. 도시샤대학의 특징이라면 칸사이에서 리츠메이칸과 함께 유명한 사립대학으로 칸토의 케이오 그리고 와세다에 비견되는데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폭망이라는 점. 사립 이공계가 폭망이긴 하지. 사실 교토대학 (京都大学)만 해도 도쿄로 헷갈리거나 그게 무슨 듣보 대학이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많아서. 또 기독교 냄새가 건축 양식에서 물씬 풍긴다. 이건 절대 여기 오기 얼마 전 건축 양식 덕후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도시샤가 원래 기독교계 학교이고 누구라도 건물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의 관련성으로는 윤동주와 정지용 시비가 있다는 것.


우리도 그 시비가 어딨는지 찾고 싶었는데 배가 고파서 포기했다. 그정도의 가치가 있다. 사실 전에 왔을 때 봤기 때문에. 하하. 도시샤대학에 온 목적은 곧 자전거 주륜장으로 바뀌었다. 근데 주륜장마다 경비원 같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인증 마크를 검사하길래 구석진 곳을 찾아, 불법 주륜 허브를 찾아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찾아냈다. 그냥 거기 대놨다. 그리고 정문 맞은 편에 CoCo 壱番屋라는 카레 전문점에서 점심을 때웠다. 이 체인은 오사카 난바 (なんば) 가는 길에도 본 적이 있던 곳이라 폭망 위험성은 적었다. 근데 걱정을 괜히 한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맛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다시 자전거가 생각나면서 혹시라도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이하 다다미)의 복묘반점 자전거 관리 감독소 놈들이 털어가는 꼴이 날까 걱정스러웠다.


가슴 졸이며 재방문한 불법 주륜 소굴. 다행히 자전거 녀석은 자전거 싱글벙글 정리군 (自転車にこやか整理軍)[각주:2]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우린 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데마치야나기역 (出町柳駅) 쪽으로 달렸다.


그럴 듯해보이지는 않지만 여기가 맞다.


역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데마치야나기역은 참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일단 역으로써 두단식 승강장이란 괴랄한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이건 살면서 본 적이 없어 꼭 보고 싶었다. 또한 타마코 마켓의 성지가 이 근처로 배경이 데마치마스가타 상점가 (出町桝形商店街)다. 또한 이 근처는 케이온!과 다다미의 성지이기도 하다.


원래 이 안에 들어가봤어야 하는데 친구가 빨리 다른 곳 가고 싶어해서 5분도 못 있었다.


데마치후타바 (出町ふたば)에서 나다이마메모치 (名代豆餅)를 사 먹어봤어야 하는데 아쉽게 문이 닫혀 있었다. 이곳 역시 타마코마켓과 다다미의 성지[각주:3]다.


다다미 1화에서 캡처한 카모가와 델타 (鴨川デルタ). © Yojouhan Shinwa Taikei.


데마치바시 (出町橋)와 카모가와 (鴨川)의 돌다리 그리고 저 삼각주 (デルタ) 역시 다다미의 성지[각주:4]다. 내가 서있던 카모대교 (加茂大橋)는 아예 교토대학과 함께 이야기의 주 배경이다.


윗 사진 목록과 같은 날인데 날씨가 갠 것을 확인 가능. 갑자기 날이 풀리더라구요.


모든 성지를 방문할 것 같았던 기세는 현실 인식에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고 ㅠㅠ 교토대학에 그대로 도착해버렸다. 알려진 대로 교토대학에서 셔터를 누를만한 곳은 정말 찾기 힘들었다. 대학은 상당히 낡아보였다.


다다미에서 캡처한 요시다 신사 (吉田神社). © Yojouhan Shinwa Taikei.


은각사 입구.


덕질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 장소는 은각사 (銀閣寺). 지쇼지 (東山慈照寺)가 원래 이름이지만 다들 은각사라고 부른다. 여기엔 '왜 금각사는 금색인데 은각사는 은색이 아니지?'라고 외쳐야 하는 전통이 없다. 은각사 매표소 할망구가 불친절해서 좀 짜증이 났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건 주륜이 무료였다는 것. ㅋㅋㅋㅋㅋ 아직도 주륜권을 어디 써야 하는지 감을 못 잡고 있다.


여기서 보면 교토가 달동네 같아 보인다. 사실임.



은각사 역시 적당한 크기였다. 여긴 다른 곳보다 모래 (인가)로 작품을 많이 만들어놨다. 긴 말 필요없고 사진 첨부.



그렇게 보고 나왔는데 앞에 슈 (しゅー)라는 걸 판다고 친구가 사먹었다. 아주 맛있다고 하던데 내 기억에 남은 건 파는 아줌마들이 살 때 아주 듣기 싫은 목소리로 뭐라뭐라 하고 나서 정색하고 서로 다시 대화하는 그 장면. 가격은 300엔이었나 그랬다.


그리고 레미제라블 노래를 부르며 헤이안 신궁 (平安神宮)으로~



헤이안 신궁 갈 때 다다미 성지 루트를 타지 못해서 그냥 냅다 달리기만 했다. 노래 몇 곡 부르니 어느새 도착했다.


도착했으니 구경을 하려면 주륜을 해야 하는데 대체 어디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하로 가는 길에 '자전거 빌리는 곳'이라 써져 있길래 거기 들어가는 대어가 되기도 했다. 결국 받은 팸플릿으로 열심히 예측해서 찾아갔는데 이게 웬? 팸플릿에 첨부된 사진에 있던 건물이 사라졌던 것이었다. ㅋㅋㅋ 어쨌든 우리가 자전거 타고 오니 어떤 사람이 와서 주륜권 보여달라고 하더라. 보여줬더니 형광펜으로 헤이안 신궁을 칠하고 다 됐다고. (...) 뭐가 이렇게 허접해! 몇 시간 주륜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언제까지나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웃겼는데 면전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헤이안 신궁은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왜 이렇게 사진이 적냐고? 거기다 그중 한 장은 오미쿠지 (おみくじ) 나무. 헤이안 신궁은 볼 게 없다! 신엔 (神苑) 들어가면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덕질에 돈을 퍼부어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칼 퇴장.


다다미 4화 1분 30초에 언급된 칸사이 전력 에비스가와 발전소 (関西電力 夷川発電所).


빠르게 혼노지 (本能寺) 쪽으로 간다. 여기서 교토국립근대미술관 (京都国立近代美術館)을 못 보고 지나친 게 아쉽다. 좋은 건축물인데. 건축가는 그 유명한 마키 후미히코 (槇文彦).


가는 길에 본 교토시청 (京都市役所).



오른 쪽의 상은 니치렌 (日蓮)이다.


2분 만에 나왔다.


Keyword : ゆるゆり, 四畳半神話大系, たまこまーけっと, K-ON!, けいおん!, 요시다 진자, Les Misérables, Les Miserables.


  1. 왜냐하면, 정확히 말해 '우리'가 아니라 친구가 집에 들고 갈 것이라. ㅋㅋㅋ [본문으로]
  2. 얘네가 훔쳐간 자전거는 교토시내 자전거 대여점으로 간다는 말이. (...) [본문으로]
  3. 第一話 四畳半恋ノ邪魔者 p.40 [본문으로]
  4. 第一話 四畳半恋ノ邪魔者 p.28, 映画サークル「みそぎ」の新入生歓迎コンパ会場 / 삼각주의 경우 애니메이션에선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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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3.141592653589 TODAY 2.718281845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