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2014. 6. 5. 17:57

지방선거가 끝나고.

어제 썼던 글과 더불어 지방선거 글들을 되돌아보며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겠다. 그냥 생각 없이 주절거린 것이니 너무한 태클은 사양한다.


2014/05/19 - 지방선거 앞두고

2014/06/04 - 지방선거 소소한 관전 포인트


처음엔 안 그러려 했는데 점점 쓰다 보니 야당 입장에서 써지더라. 혹시라도 읽는 분은 양해를 바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바로 충청이다. 이번에 충청에서 당선된 분들은 계파나누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 심리에 따라 구분하자면 모두 친노. 선거 전엔 충북과 세종에선 경합 우세였고 충남은 우세, 대전은 열세였다. 그런데 어떻게 됐는가? 막상 따고 보니 충청을 스윕해버렸다. 더불어 문재인은 대전에서[각주:1], 이해찬은 세종에서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 사람들이 병적으로 무시하고 씹어대는 친노가 얼마나 확장성 있나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되겠다.


서울은 박원순 능력보다는 정몽준 자식이 판세를 바꿨다. 4.16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도 정몽준 지지도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는데(그전엔 박원순을 계속 앞서고 있었음.) 자식이 글을 올린 후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박원순을 앞서지 못하고 쉽게 져버렸다. 자폭.


인천으로 가보자. 인천은 과연 어떤 사람이 유정복의 당선을 예측했을까 싶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10% 차를 벌리며 앞서왔던 송영길이 졌다.[각주:2] 빚만 갚고 시장 자리를 다시 건네주었다. 과연 유정복이 어떻게 인천을 되살릴까 생각도 들지만 정작 빚더미를 만든 안상수는 무슨 정신으로 3선 하겠다고 경선에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한국 정치의 어려운 대목이다.


경기는 정말 코앞에서 졌다. 정말 아쉽게 졌지만 지난 선거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 나꼼수에서의 모피아설, 동성애 반대, 게임 산업 반대라는 말이 돌아 득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특히 모피아설과 게임 산업 반대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임에도 선거 끝까지 압박했다. 동성애 반대는 어떻게 실드를 해줄 수도 없지만, 경기도지사는 동성애 관련 법안과 관련되는 부분이 없으며 김진표 씨가 그걸 법안으로 옮기려 한 시도는 없었다는 것만을 알려드린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하는 후보가 여전히 싫다고 생각하신다면 나는 안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판적 지지가 가장 옳은 대안이지만. 그리고 경기 지역구 의원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새정련이 당선된 곳에서 표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기초단체장이 당선된 곳의 득표보다 김진표 씨의 득표가 작은 곳도 있었다. 이것은 유세의 효과로 보이는데 당 대표들이 광주 어택땅을 찍지 말고 경기도랑 인천에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


부산 또한 너무 무소속임을 내세우지 말고 야당의 인재풀을 이용했어야 한다. 문재인이 온다고 하자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방정 떠는 모습은 이 참패를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경남에선 당을 달고 상당히 선방했지만[각주:3], 경북에선 그야말로 처참하게 털려 2선 단체장의 3선이 얼마나 쉬운가를 증명해 보였다. 덕분에 오중기 후보는 선거비 보전도 못 받는 득표에 그쳤다. 대구에서는 40%대를 넘기면서 다음 총선에서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개표 내내 수성구에서 앞서다 결국 내줬는데 이 지역은 앞으로 교두보가 될 예정. 부산에서 49%, 대구에서 40%를 받는 선전을 하는 동안 호남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호남으로 가보자.


호남에선 세 곳 모두 새정련이 석권했다. 특히 윤장현의 득표율은 예상과 배치되었다. 강운태 후보는 아쉽고 이용섭은 더 아쉽다. 능력 없는 시장과의 4년 행복하길 바란다, 광주 시민들아. 당 대표가 광주로 돌진한 사실이 핑곗거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이로써 호남에서의 새정련 득표와 영남에서의 새누리 득표가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 살짝 의심스러워졌다. 물론 역사란 게 있긴 하나 이번 선거를 보면 '글쎄?'라는 생각.


제주는 언급할 것도 없다. 신구범 패러슈트 태워놓고 뭐하는 짓인지. 한편 강원은 엄청난 접전이었다. 개표 30%까지는 분명한 최흥집 강세였으나 원주와 춘천에서의 강세로 '겨우' 당선되었다. 최흥집으로 영동/영서 갈라치기를 노린 전략이었으나 실패했다.


이렇게 새정련은 충청 4곳, 서울, 강원, 호남 3곳에서 이기며 9곳에서 승리했고 새누리는 8곳에서 승리했다. 이걸로 승리? (글쎄)


교육감은 예상보다 더 많이 당선되었다. 17곳 중 무려 13곳이 당선되었는데 이번 선거의 기적 중 하나는 조희연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것. 지지율 4.6%에서 시작해 40%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 네 곳에서 진보계열 교육감이 어땠는지 살펴보자.


먼저 대구에선 재선에 도전하는 우동기에게 정만진이 더블 스코어로 깨졌다. 울산에선 김복만이 재선에 성공했고 2위는 정찬모였다. 대전에선 끝까지 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2위와 3위를 했다. 경북에선 후보 자체가 없었다. 또 놀라운 점은 경남에서 박종훈 씨가 당선되었다는 건데 거의 40% 가까운 득표율로 승리했다. 또 세종에서도 여론조사에서의 열세를 완전히 무시하고 최교진 씨가 되었고 충남에서도 김지철 씨가 당선되었다. 여기에선 아주 접전이었다. 충북 역시 여론조사에서의 우세를 바탕으로 쉽게 당선되었다. 제주에선 초기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이석문 씨가 당선되었다.


일부 언론과 논객이 교육감이 이렇게 크게 이기고 새정련은 그렇지 않다는 걸 언급하며 새정련 패착이라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새정련의 패착, 물론 있다. 광주 몰빵한 건 몹시 심각하다. 선거 며칠 앞두고도 광주에 가는 짓을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안 나오리라 단언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진보 교육감이 승리를 거둔 건 이념이 진보여서가 전혀 아니다. 그 내용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협의체를 통해 만들어진 공약들이 평균적으로 질적 우월성을 보였으며 가장 중요한 점은 단일화 덕인 것. 만약 보수집단이 전국적 혹은 지역적 협의체를 통해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다음 선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다음엔 그렇게 나올 것이고.


기초단체장으로 넘어가자. 수도권에선 지난번에 크게 뒤처지는 결과는 아니었다. 서울에선 한 곳 못 미치는 20곳을 가져왔고 중랑구는 아쉬웠다. 인천에선 10곳에서 세 곳을 이겼는데 이건 몹시 심각한 결과다. 지난 선거에서 9곳에서 야권이 승리했고 이 중 두 곳은 민주노동당이었는데 이번엔 겨우 세 곳이고 남동구와 동구에서 재선을 도전하던 정의당 두 후보는 모두 졌고 새정련은 참패했다. 이런 결과는 그대로 광역단체장에게도 반영되었다. 분명 인천은 후회한다.

대전에선 좋은 성과를 얻었다. 저번 지선에선 1석이었는데 이번엔 5석 중 4석을 석권했다. 자유선진당이 새누리에 합쳐진 걸 고려하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울산은 민노당 세가 상당히 강력했고 당선도 되었던 과거가 있지만 이번엔 모두 졌다. 경기는 31곳 중 17곳을 이겼는데 지난 결과 19곳보다 다소 줄었다. 무소속이었던 오세창을 포함하면 사실상 20곳인데 이렇게 약해진 경기도 지지율로 인해 경기 광역단체장 선거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강원은 새누리가 원주(재선)를 빼고 싹쓸이했는데 이 상황에서 최문순 지사가 재선한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지난 선거에선 4곳을 민주당이 가져왔었다. 충북은 지난 선거에서 5곳을 가져왔는데 이번엔 세 곳, 충남은 지난 선거에선 3곳, 이번엔 5곳을 가져왔다. 이건 전적으로 안희정 능력. 광주에선 사상 처음으로 새누리가 기초 의회에서 당선.. 그냥 당 대표는 어서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다. 총 새정련은 70곳, 새누리는 117곳에서 당선되었고 군소 진보 정당은 0석. 거기다 호남에서 무소속이 휩쓸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기초단체장은 총평하자면 생각보다 많이 지켰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일부 지역이 파탄 난 것은 꼭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강원은 원래 새누리당이 강하니까 그렇다 쳐도 인천은 여전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광역의원은 새누리 310명, 새정련은 203명이 당선되었다. 지난 선거에선 252:328이었으니 후퇴한 것이다. 이외 진보당은 광역/기초 의원 37명이 당선되었고 정의당은 12명, 노동당은 7명이 당선되었다.


광역 비례 대표는 23,420,983 명이 투표하였고 새누리당이 11,049,856표를 득표해 48.48%를, 새정련은 41.23%(9,397,000), 진보당은 4.26%(972,003), 정의당은 3.61%(822,600), 노동당 1.17%(266,739), 녹색당 0.75%(170,415)가 되겠다. 계산 방식은 무효표를 제외하였다.[각주:4] 이렇게 사실상의 양당제가 성립된 것 같다. 진보계열에선 10%도 안 되는 표로 네가 옳다, 내가 옳다 할 것이 아니라 그 파이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자세한 기초/광역 의원 분석은 다른 분들이 하실 것이다. 더불어 세 글을 쓰는 동안 인용한 모든 여론조사는 이곳을 참조하였다.


  1. 방문, 유세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영향력이 있나 하는 것이다. 여기에 태클이 들어온다면 유세현장에서의 반응이 그랬다고 이해해달라. [본문으로]
  2. 들리는 말론 20 여 회의 여론조사에서 1번 빼고 다 우세였다고. [본문으로]
  3. 이번 선거에서 경북, 경남(김해를 제외)는 야당을 달고 출마하는 게 더 불리하다는 것을 지표로 보여주었다. [본문으로]
  4. 유효 투표수 22,793,406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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