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2014. 4. 15. 15:40

천재지변 (1)


때는 4월 9일, 새벽이었다. 한참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공이 굴러가고 있었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재밌지 않았는가? 이 경기는 보야스가 첼시에서 잘리고 나서 갑자기 나폴리를 부숴버린 그 경기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안타까운 보야스. 결국, 보야스가 나가고 토트넘은 더 못해졌다. 난 전반전, 흥미로운 그 순간을 관전하던 운 좋은 시청자였다.

그때였다.

드륵드륵 하더니 내 방의 소음을 이루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각주:1] 내 HDD는 대부분 내장으로 베이에 채워져 있고 단 하나만이 데스크 위에 있는데 나는 항상 시끄럽게 소리를 내던 하드를 본능적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이때 난 파워케이블이 나간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그걸 부정했다. 보던 경기를 종료시키고 재부팅을 하며 선도 제대로 다시 끼웠다.

그런데 이 외장 하드는 인식되지 않았다. 내 컴퓨터에 (I:\)가 그대로 사라졌다고! 거기다 무슨 삐익 하는 소리가 길게 나더라. 그저 패닉에 빠진 나는 1시간 동안 다음과 같은 행동을 했다.


  1. 손을 떨며 하드의 정확한 증상을 알아보려 했다. 노트북으로 부팅해 보았지만 플래터가 몇 번 돌다 결국 멈추는 기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2. 이건... 시발 분명 하드웨어 고장이다. PCB가 고장이든 헤더가 나가든[각주:2] 분명히 고장이었다. 열어보지 않고선[각주:3] 무엇이 문제인가 알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이건 내가 고칠 수 없었다. 그 생각이 들자 절망했다.
  3. 피해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대체 I:\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고민했다. 아무리 숙고해봐도 당최 알 수가 없었다.
  4.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모르니 불안은 더 커졌다. 일단 복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업체와 가격을 알아봤다. 엄청났다. 2 TB는 부가세 제외 50만 원. 추가 비용 발생 가능. 이 하드가 살 때 10만 원 선이었는데.


아침까지 고민하다 결국 친권자한테 말하니 몹시 노하더라. 노발대발 내 탓이라며. 그런데 내 탓이 대체 뭔가.. 어쨌든 결국 오늘에서야 명정보기술에 고장 난 HDD가 도착했다. 여러 가지 알아보니 2배 비싸게 먹더라도 안전한 것을 원했기 때문에 여기다 보냈다. 전화 와선 헤드가 ㅂㅂ라고 하더라. 원래 AS가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복구하고 나서 AS도 된다고..[각주:4] 그래서 오늘 케이블도 보냈다.

9일부터 왜 포스팅이 없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글이다. (...) 뜬금없이 초대장 배포한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일 거야 아마. 흑흑.


다음 편.


Keyword : 명정보기술, Seagate.


  1. 원래 난 꽤 둔한 편인데 이게 그날따라 들리더라. [본문으로]
  2. 사실 드륵드륵에서 헤더 파손은 예견된 일이었다. [본문으로]
  3. 단종까진 아니고 디자인이 바뀌어서 새로운 버전이 나오고 있어서 이걸 여는 방법을 아는 것부터 어려웠다. 근데 하드를 아예 열어버리면 AS도 복원도 불가능하거나 가격이 올라버려 포기했다. [본문으로]
  4. 그러니까 새걸로 준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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