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2012. 3. 10. 00:42

학생이 두발 자유여야 하는 이유

(4) 논증 혹은 설득 : ( 학생이 두발 자유여야 하는 이유 )


시대가 변해가면서 무수한 관습과 규제 또한 지나갔다. 그러나 17c 말부터 시작된 조용하고도 격렬한 '천부 인권'에 대한 논쟁과 그것으로부터 이어진 개혁은 왜일까, 지금이 되어서도 한국에선 확실한 체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유교라는 큰 관습 이래 묶인 보수성 짙은 사회는 너무나 권위주의적이라 나이 격차에 따라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없이 생겨왔다.

그중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악질적인 관습은 바로 두발규제라고 할 수 있다. 자신 몸에 대한 권리는 그 어떤 권리보다 우선시되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한 살인도 크게 감형되거나 무죄가 선언되는 극단적인 예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두발 규제는 물론이고 체벌까지 받으며 자신의 몸에 대한 천부적인 권리를 빼앗긴다.

그런 탈인권적인 법이 아직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꽤 다수의 선생님들께선 두발 규제와 학습효과에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일단 단지 교육권의 편의를 위해 두발 규제를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두발 규제를 해서 학습효과가 있던 사례나 근거가 보고서나 논문에서 검증된 적도 없다.

교육법령과 교칙은 물론이요, 모든 법률은 헌법 아래 존재한다. 헌법은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 그렇다면 이 자유의 시대에 두발이 일부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그 권리를 빼앗겨야 하는 것인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는 누구도 가져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학생의 두발 자유는 허용되어야 한다.



국어 시간에 적은 내용. 수업시간에 너무 빨리 완성해버려서 나도 놀랐다. 발표했었나? 사실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도 교장과의 대화에서 저걸 열심히 제창했던 때가 있다.


비슷한 글로 다음과 같은 걸 적기도 했다.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되고 있는 편이지만 일단 인권과 학생 인권을 개별로 분류한 것부터 학생 인권에 대한 편견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인의 인식수준이 허접한 것은 대체 이유가 뭘까? 아직도 '한국인은 맞으면서 커야한다.'라던가 '적절한 체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은 것은 멍청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선생님들이 체벌하는 일이 적은 편이다. 과거에 서당에서 회초리를 필수로 여기던 아름다운 전통의 계승이랄까, 대한민국은 체벌이 끊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남을 폭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공권력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다. 왜 고문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보라. 아니면 1970~1980년대에 고문이 너무 자연스레 일어나서 폭행이 묵인되는 것인가? 헌법은 물론이고 법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구속력은 떨어지지만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도 같은 논리를 내세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직접 체벌은 할 수 없다. 2011년 개정에 따라 직접 체벌을 금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18조의4에 따르면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적힌 바에 따르면 직접 체벌과 간접 체벌 모두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선의 교사의 통념에 맡기는 형식이고 실제로 간접 체벌을 허용하겠다는 식의 말을 무려 정부 관계자가 했다. 더불어 강제성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도저히 체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간접 체벌을 허용한다고 개소리를 하지만 수도권과 강원도 그리고 전라북도에서는 모든 체벌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 교육감이 바뀌면서 어떻게 된지 알 수가 없다.

굳이 직접 체벌과 간접 체벌을 나눈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손과 도구로 학생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한 죄의식이 사라진다는 것인가? 간접 체벌이 직접체벌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근거라도 있나? 그것도 알 수 없다.

참고로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학교에서의 체벌 금지는 물론이고 일부는 가정에서의 체벌 금지도 조항에 명시해놓은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는 50개 주 중에서 31개의 주가 체벌 금지 규정이 있다. 미국을 사례로 살펴보았을 때 보수성과 체벌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쇄살인범도 폭행당할 의무 따윈 없다. 곧 폭행하는 자에게 그것을 행할 권리도 없다. 그런데 훈육과 교육적이라는 명목으로 학생을 체벌하는 것은 폭행과 다를 게 없다. 그럼 학생은 연쇄살인범보다 못하다는 것? 인간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차등이 없다고 생각할 때 상당히 모순적인 일이다. 학생만 이를 보장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아직도 기득권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범죄자에게 교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폭행을 가하지 않으면서 학생의 잘못을 고친다는 달콤한 말로 체벌하는 것은 무언가 심하게 틀렸다고 생각되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일부 교사들은 체벌이 없으면 교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하지만 이는 반대로 폭력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쌓아왔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학생을 높은 곳에서 내려 볼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고 이에 대해 성인(Sage)이 아닌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때리고 있는데 맞고만 있으면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 일부 교사들은 체벌이 가장 확실한 계도 수단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게 맞는 말인지 의심된다. 다른 수단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본 것도 아니고 학생이 폭력 앞에 잘못을 뉘우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과연 잘못을 뉘우쳐서 반성한다고 하는 것인지 알아야한다.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자수하지 않는 자들을 전제로 범죄자들이 체포되지 않을 수 있는데 체포되는 경우 잘못해서 걸렸다고 생각할까? 더불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법률과 달리 사회의 사정과 다르고 학생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학칙과 교칙에 의해 잡힌 것이라면 더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상벌점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착한 일은 당연한 일로 치부되고 입맛에 맞는 법으로 벌점만 주고 그 한계에 대해 법적으로 제대로 된 시행령이 없으니 벌점만 쌓이는 지경이다. 일반적인 학생들에겐 상벌점 제도가 이야기하는 봉사와 정학 혹은 퇴학이 상당히 공포스러운 것에 해당되기 때문에 오히려 체벌을 하라는 식의 말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체벌과 벌점을 같이 부과하는 아름다운 교사가 여전히 존재하기도 한다.


짜증.


'E' 카테고리의 다른 글

iPhone 4S  (0) 2012.03.20
국방의 의무  (1) 2012.03.09
I'm Your Puppet  (0) 2012.02.16
,
TOTAL 3.141592653589 TODAY 2.718281845904